많은 분이 병원에 가기 전, 거울을 뚫어지게 보며 자가 진단을 합니다. "이건 좁쌀인가? 아니면 모낭염인가?" 하고 말입니다. 전문적인 균 검사 없이 눈으로만 100% 구분하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깝지만, 제 뼈아픈 시행착오와 공부를 통해 얻은 눈으로 보는 구분법과 경험치를 공유해보려 합니다. 지금 거울 앞에서 절망하고 계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미친 듯한 가려움과 확산 속도, 이건 여드름이 아닙니다
모낭염과 여드름을 구분하는 가장 확실한 첫 번째 단서는 바로 '가려움'입니다. 보통 여드름은 나기 전에 그 자리가 약간 욱신거리거나 간지러울 때가 있긴 하죠. 하지만 모낭염은 차원이 다릅니다. 정말 '미친 듯이' 가려워요. 저도 모르게 자꾸 손이 가고, 살짝만 만졌을 뿐인데 다음 날 보면 그 주변으로 염증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 있다면 그건 십중팔구 모낭염입니다.
여드름은 피지가 뭉쳐서 생기는 거라 위치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전적이 있는 경우가 많지만, 모낭염은 세균이나 곰팡이가 모낭을 타고 번지는 거라 확산 속도가 어마어마합니다. 특히 성인이 되어서 20대 초반에 여드름이 사그라들고 흉터만 남았던 분들이라면 더 조심해야 합니다. 저처럼 피부 장벽이 얇아진 상태에서 갑자기 염증이 돋는다면, 과거의 여드름 기억에 의존하지 마시고 모낭염 가능성을 강하게 열어두셔야 합니다.!
날치알처럼 돋아난 농포? 세균성 모낭염의 특징
모낭염으로 판단이 섰다면 그다음은 세균성인지 곰팡이성인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제가 겪은 세균성 모낭염은 외관상 특징이 아주 뚜렷했어요. 일단 노란 농포가 터질 듯이 차오릅니다. 그 모습이 마치 날치알이 피부에 뚜두두두 박혀 있는 것 같아요. 화농성 여드름처럼 크게 잡히기도 하지만, 아주 작은 노란 알갱이들이 군집을 이뤄 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세균성 녀석들은 유분기를 정말 좋아합니다. 만약 본인의 얼굴에 노란 농이 맺힌 작은 염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미친 듯이 가렵다면 세균성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때는 무피로신 같은 항생제 연고가 도움 될 수 있지만, 이 역시 약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농포 없이 붉고 자잘하다면? 곰팡이성 모낭염 의심
반대로 곰팡이성 모낭염은 세균성과는 결이 좀 다릅니다. 곰팡이성은 세균성처럼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노란 농포가 잘 안 보여요. 대신 아주 자잘하고 붉은 염증들이 넓게 퍼지는 형태를 띱니다. 겉으로 보기엔 화농성처럼 보이지 않지만, 피부 결 자체가 오돌토돌해지면서 붉은 기가 가시지 않죠.
가장 위험한 게 여기서 발생합니다. 저는 처음에 이게 곰팡이성인 줄 알고 약국에서 무좀약인 라미실 크림을 사서 발랐거든요. 인터넷에서 곰팡이성 모낭염에 즉효라는 글을 봤거든요. 그런데 웬 걸요, 테스트로 살짝 바른 부위가 완전히 뒤집어져서 한참을 고생했습니다. 세균성인데 곰팡이 약을 바르니 피부 장벽만 더 작살난 꼴이었죠. 두 종류 모두 가렵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약은 완전히 반대이므로 함부로 자가 처방을 내려서는 안 됩니다. 저처럼 고생하십니다..
여드름과 모낭염의 혼종, 결국은 병원이 답인 이유
진짜 최악의 상황은 여드름과 모낭염이 함께 나는 경우입니다. 우리 피부는 참 야속하게도 한 가지 병만 주지 않더라고요. 여드름 피부를 겪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여드름이 나기 쉬운 환경(열감, 유분)은 모낭염 균이 번식하기에도 아주 좋은 환경입니다. 여드름 때문에 가려운 건지, 모낭염 때문에 가려운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혼종의 상태가 되면 답이 없습니다.
제가 다른 도시까지 넘어가서 전문 피부과를 찾아간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동네 병원 몇 군데 돌며 시간 낭비, 돈 낭비 하다가 결국 제대로 된 검사를 받고서야 세균성 모낭염이라는 확신을 얻었거든요. 독시크정이나 수란트라 같은 약을 처방받고 단 3일 만에 그 지옥 같던 염증들이 가라앉는 걸 보며, 왜 진작 안 왔을까 후회했습니다. 여러분, 눈으로 구분하려 애쓰는 것도 좋지만, 피부가 뒤집어져서 대인기피증이 올 정도라면 지금 당장 전문의를 찾으세요. 모낭염은 재발도 잦고 평생 관리해야 하는 귀찮은 녀석이지만, 정확한 정체만 알면 충분히 다스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약을 복용 중이시거나 하실 거라면 가라앉는 즉시 피부 관리 생명입니다.